여행/2006년 미국

넷째날 - 몬터레이와 빅서

실마리 2006. 11. 27. 23:16

오늘은 고래여행이 예약되어 있는 날입니다. 이전 뉴질랜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고래 관광을 신청했다가 아들녀석이 어리다고 배에 승선을 거부당하고 경비행기로 멀리서 본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꼭 가까이서 보려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고래는 현재 지구에 생존해 있는 포유류중 가장 덩치가 큰 동물입니다. 수명은 돌고래가 약 25년이고 그 외 큰 고래들은 60년에서 100년까지도 산다고 합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하면서

오전은 몬터레이 인근의 페블비치 골프클럽과 주변 경관으로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를 보러 갔습니다. 이곳은 입장시에 통행료를 내야하는 곳이며 바닷가에 여러개의 골프장과 호화주택들이 늘어서 있는 곳입니다. 아마도 외국의 부자들이 은퇴후 생활하는 곳일까요? 평일이지만 골프장에서는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골프를 치고 있고 도로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거대한 조약돌들이 있는 페블비치 바닷가에 바로 인접한 골프장 매년 PGA가 열린다는 페블비치 골프클럽

점심시간이 지나 고래관광 투어를 위해 몬터레이의 선착장으로 돌아갑니다. 예전에는 포경선 본부가 있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여러 가게에서 고래관광을 생계수단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2시에 출발하는 관광선을 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마침 날은 맑으며 바다도 잔잔한 것이 배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점점 육지와 멀어집니다. 한시간정도 바다로 나갔을까요, 육지가 초록색 띄로 관찰될 무렵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립니다. 멀리서 작은 점들이 물위로 올라왔다 내려가며 배를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돌고래들입니다. 돌고래는 영리하기도 하지만 호기심도 많고 장난을 좋아해서 배 주변에 다가와 잠시 나란히 달립니다.

몬터레이의 선착장 배를 향해 다가오는 돌고래

돌고래 무리와도 헤어진지 한참 뒤 멀리 먼저 출발한 다른 가게의 배가 멈추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그곳에서 고래를 보고 있다는 말이죠.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다가가자 물위로 떠 있는 2개의 검은 물체가 보입니다. 2-3분 정도 천천히 물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않기를 몇번 반복하고 난 다음에는 꼬리를 수면에 직각으로 세우면서 물속 깊은 곳으로 잠수합니다. 보통은 20-3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고래를 관찰하므로 물위로 올라오는 숨구멍과 등, 꼬리 밖에 볼수 없지만 가끔씩 포경을 겪지 않은 어린 고래들이 배 주변으로 다가와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사람을 구경할때가 있다고 하는데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고도 합니다. 저희들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고 좀 더 구경한 다음 부두로 돌아왔습니다.

물속으로 잠수하는 고래의 꼬리

몬터레이의 남쪽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있었던 카멜시가 있으며 카멜시의 남쪽에서 부터 빅서(big sur)가 시작되어 허스트성(Hearst Castle)까지 이어집니다. 바닷가에 인접해서 도로변에 잠시 차를 세울 수 있는 곳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바다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고 차를 세우고 출발하기 편합니다. 어느편에서 보는 경치가 더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으니 혹시 남쪽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것이 경치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분노하지는 마시길…

빅서의 빅스비 다리 앞 풍경 숙소로 가는 길의 풍경, 팔자좋은 소

빅서는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비슷하게 여럿의 산맥들이 바다 바로 옆까지 위치하며 중간에 작고 한적한 모래사장을 보듬고서 약 90마일에 걸쳐 이어져 있습니다. 빅서란 이름은 남쪽의 큰 지역이라는 스페인말과 영어를 합쳐서 만든 단어로 원래는 에셀렌(esselen)이라는 인디언 종족이 살았다고 하지만 18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한 이후 고향에서 밀려나 전염병등으로 전멸하고 이후 유럽에서 이주한 파이퍼(pfeiffer) 일가가 정착해서 살다가 캘리포니아주가 그들의 땅을 사들여 그들의 이름을 딴 공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1937년 현재의 1번 freeway가 완공된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숙소는 공원내에 위치한 멋진 라지로 파이퍼 일가가 리조트를 운영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벽난로가 마련되어 있는 곳을 배정받아 저녁식사후 로맨틱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