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6년 미국

다섯째날 - 빅서에서 로스엔젤레스로

실마리 2006. 11. 28. 17:53

숙소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파이퍼 폭포로 가는 짧은 트레킹 코스를 따라 산행을 합니다. 키가 큰 아메리카 삼나무들 사이로 작은 계곡이 있고 그곳을 따라 30여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있는 작은 폭포입니다. 길에서 만난 백인 할아버지와 동양인 아주머니 커플과 폭포 아래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와 반대 방향인 샌프란시스코을 향해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용한 할아버지와 달리 아주머니는 아주 활달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로스 오소스(Los Osos)근처에 예쁜 바닷가가 있으니 들러보라는 말과 거기도 예쁘지만 여름철에 알래스카에 렌트카를 빌려서 가보면 음식은 형편없지만 경치는 정말 멋지니까 꼭 가보라는 말을 해 줍니다. 헤어지면서 할아버지는 한국에 가본적이 있다고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 주고 가십니다.

아메리카 삼나무들로 둘러쌓인 숙소에서 트레일로 가는 길

파이퍼 공원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라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바로 떨어지는 멕코이 폭포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빅서의 멋진 해안선을 구경하면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한참을 달려가자 길이 점차 심하게 돌아가더니 갑자기 평원과 함께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로 연결됩니다. 일직선이 끝나는 지점쯤에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하얀 동물들이 관찰되며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봐서는 피부가 흰 물개나 바다사자 같은데 해마(elephant seal)라고 하는군요. 거의 멸종위기에 몰렸다가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모래사장 주변으로 줄을 쳐서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가는 것을 막고 있으며 자원 봉사자들이 감시도 하고 설명도 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남쪽으로 올라가자 허스트 캐슬로 가는 길이 나타납니다. 이곳은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버스를 타고 언덕위의 성으로 올라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투어를 통해서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몇가지 투어가 있는데 저희는 가장 일반적인 1번 투어를 선택해서 둘러 보았습니다.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아저씨가 메인 가이드를 맡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재밌게 설명해 주고 또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의 위치는 좋았지만 서로 다른 시대의 골동품들의 현대의 물품들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 프랑켄슈타인 같아 보였습니다.

넵튠 풀 스페인의 성을 모델로 했다는 성

허스트 캐슬 은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의 재력으로 여성 건축가 줄리아 모건이 만든 성입니다. 그가 상속받은 넓은 토지에 1919년에서 49년까지 유럽에서 사들인 갖가지 골동품들을 전시해놓았는데 한때 판매되는 미술품의 1/4을 사들일 정도로 많은 물품을 사모았다고 합니다. 멋진 야외 풀장인 넵튠 풀을 비롯하여 멀리 바닷가가 내려보이는 태양의 집, 스페인의 성을 모델로 했다는 성, 실내 풀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허스트캐슬은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는 영화 시민 케인 에서 케인의 성 제나두 로 널리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허스트 캐슬관광을 마치고 나온 시간이 대략 4시경, 남쪽으로 내려가다 오전에 이야기를 들은 작은 바닷가를 가보기 위해 모로베이에서 내륙쪽으로 돌아가는 프리웨이에서 벗어나 Los Osos 인근의 바닷가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 잡목이 어우러진 아주 소박한 바닷가였으며 산책을 나온 가족들과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평일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소박한 비치

거의 6시가 되어서야 LA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집사람과 교대로 쉬지 않고 운전해서 산타모니카의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9시 반경. 출발전 길게만 느껴지던 일정도 이제 중반을 넘어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