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7년 대마도

대마도 여행기 - 첫째날

실마리 2007. 5. 22. 23:00

월요일 오전, 집사람과 아이를 배웅한 다음 배낭과 자전거를 챙겨 택시를 타고 국제선 항구로 갔다. 사람이 많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지만 20-30명 정도의 승객들만이 있었고 대부분 단체 관광객이거나 낚시를 하러 떠나는 사람들이다. 10시 20분경 예상보다 10분 빨리 출발한 배는 11시 40분경 어느덧 대마도가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고 이후 1시간 정도 남서쪽으로 대마도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간다. 저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구나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제법 많은 산봉우리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곶과 만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반대쪽의 바다쪽으로 돌려 잊어버리기로 했다.히 쉴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길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며 이어지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 어귀의 공터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내려다 본 마을은 작은 항구를 끼고 있으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명이서 골목길에서 놀고 있다. 이즈하라 시내 점심을 먹으며 내려다본 작은 어촌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계속 페달을 저어 나간다. 풍경은 바닷가를 따라 이리저리 굽이지며 이어지고 가끔씩 내려서 밀고 올라갈 정도의 언덕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얼마나 달렸을까… 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나타났고 이내 쓰시마 공항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집에서 미리 가져온 지도를 펼쳐보니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달려온 것을 알게 되었고 오늘 대략 전체 거리의 절반정도는 달릴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고 공항을 지나 계속 달리니 어느덧 만제키 다리가 나타난다. 원래 한 덩어리였던 쓰시마를 러일전쟁때 일본군이 해로를 만들면서 두덩어리로 갈라놓았고 이를 잇기 위해 놓은 다리라고 한다. 첫번째 다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짧은 다리이며 아래쪽을 내려다 보아도 좁은 수로일 뿐 특별하게 멋진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썰렁했던 만제키 다리

쓰시마 공항과 만제키 다리를 지나고 나니 교통량이 많이 줄었다. 이제는 띄엄띄엄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보일뿐.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덧 오늘 숙박지로 생각하고 있었던 니이가 위치한 토요타마마치의 경계에 들어섰다. 니이가 얼마남지 않은 거리에서 에보시타게 전망대가 있는 자연공원으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시간이 남는 것 같아 일단 에보시타게 전망대를 들러보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가다보니 바닷가에 위치한 와타즈미 신사가 나타났고 멀리 산 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급한 경사길을 자전거에서 내려 겨우 끌고 올라가기를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서니 인근의 경치가 눈 아래 쫘악 펼쳐지는 것이 해질녘의 햇살과 함께 어울려 매우 아름답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 전원을 켜보니 안테나가 뜬다. 돌아갈때까지 혼자서 지낼꺼라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마음이 약해져 집에 통화한 다음 잠시 쉬다가 내려왔다. 들어가는 길은 많이 둘러왔지만 전망대에서 니시 마을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짧고 금방이다. 대마도의 한 시골길 풍경. 이곳에서 속도감지 카메라를 발견했다면 당신은 예민한 사람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마도의 풍광 혼자서 여행하다보면 평소 못하던 짓도 별일아니게 할 수 있다. 셀프카메라

오후 해질녘 도착한 니시 마을. 먼저 비지니스 호텔을 찾아보았더니 문이 잠겨 있고 한참을 두드려보니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마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인것 같다. 잠시 당황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민숙집을 찾아본다. 382번에서 벗어나 찾아들어온 탓일까. 다른 민숙집을 찾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리 저리 찾아보다 하교하는 고등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역시 일본어로 한참을 이야기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뒤쪽으로 쭉 가서 어쩌고라고 들리는것 같다. 일단 고맙다고 인사하고 길을 쭉 따라가니 길가에 민숙집이 하나 있다. 들어가서 “스미마셍~”을 몇번 외치니 안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뭐라고 하는데 “이빠이”란 말이 들리는게 방이 없다는 말 같다. 카탈로그에 인쇄된 민숙집 목록을 가르키며 엉터리 영어로 다른 곳은 없냐고 물어보니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앞서 들렀던 비지니스 호텔을 집어준다.

꾸벅 인사하고 다시 바깥으로 나와 니시 마을을 군데 군데 찾아보니 작은 골목 안쪽으로 여관이 보인다. 길에서 자느니 안 되면 여관이라도 자야지라고 마음먹고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좀 더 안쪽으로 또 다른 민숙집 한곳이 보인다. 일단 민숙집으로 가서 문을 열어 보니 불이 꺼져 있어 한두번 “스미마셍”을 불러보다 돌아서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비교적 젊은 아주머니가 한분 나온다. 나름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역시) 엉터리 영어로 오늘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집안에 잠시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안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한분 나오면서 “이럇샤이마세” (다 알다시피 어서오세요)라고 하는데 걱정이 눈녹듯 사라지며 마음이 푸근해진다. 집의 2층에 객실로 사용하는 듯한 방이 여럿있는데 다른 손님은 없고 방안에 이런 저런 짐들이 있는게 한동안 손님을 받지 않은 듯하다. 비교적 정리되어 있는 방 하나를 받고 근처의 슈퍼로 가서 도시락과 맥주를 사와서 간단히 저녁을 마치니 아래쪽 목욕탕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하라고 불러준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푹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쫙 풀리는 것 같다.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포근한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첫날 민숙집 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