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재개관한 서면 IMAX에서 인셉션을 보았습니다. 영화보기전 스포일러에 당하지 않으려고 기사나 게시판 글들을 피해다닌 보람이 있는 재밌는 영화였네요. 진행되면서 점점 여러가지 설정들이 겹쳐지는 것들이 능동적으로 머리를 계속 쓰면서 보아야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면 감독 코멘터리와 함께 여러번 관람하게 될것 같네요.
영화는 여러 단계의 꿈을 중첩시키면서 진행되어 나갑니다. 크게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든 이런저런 생각들과 의문점들
패시브(PASIV)란 기계가 단순히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것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꿈을 연결시키는지 영화는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아바타에서 어떻게 생명체와 링크하는지 이론적인 설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이런 기본 설정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꼼꼼한 아서에게는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꿈과 무중력 액션을, 호탕한 이므스에게는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폭파 위주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마련한 것이 캐릭터에 배경 및 액션을 맞추었습니다. 도시에서 창고에서 나가기 전의 총격신에서도 이러한 대비를 확실하게 보여주죠. "사나이는 꿈을 크게 꾸어야 한다"는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는 번역과 함께.
개인적으로 설산에서의 액션은 뭔가 뼈대가 엉성하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액션이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별로 긴장감도 들지 않더군요.
코브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지만 관객은 처음의 약간 불친절한 진행에 이어 아리아드네의 입장에서 설명을 듣고 영화를 이해해 나가게 됩니다.
예전 코브와 멜이 림보에서 50년 이상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늙어갔다면 과연 언젠가 림보에서 늙어죽기도 했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계속 늙기만 하는 것일까요.
기억이 맞다면 굳이 단계를 따지자면 3단계 꿈속인 설산에서 코브와 아리아드네는 림보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패시브에 연결합니다. 그렇다면 림보는 단순히 4단계인것일까요.
꿈속에서 이전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킥이 필요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킥의 한가지 방법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다리에서 떨어지는 승합차가 난간에 부딪히는게 첫번째 킥이고 수면에 부딪히는게 두번째 킥이라는 것은 설정과 어긋나는게 아닐까요. 떨어지는 과정 자체가 킥이고 이 과정에서 깨어나야 할것 같습니다.
킥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단계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림보에서 떨어지면서 이전 단계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영화에서는 각각의 킥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면서 교묘히 넘어가고 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이야기 하듯이 꿈에서 죽더라도 약물 효과로 깨어나지 못할때 림보로 가는 것이라면 림보에서 깨어있는 사람이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약물 효과가 끝난 다음의 수면시간중에 죽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약물 효과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죽어도 다시 림보로 돌아가는게 설정에 더 맞겠지요.
피셔는 사이토를 왜 못알아 보는 것일까요. 마지막의 애매한 엔딩에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절단신공은 정말 절묘하더군요. 이러한 오픈 엔딩이 인터넷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게 하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두번 세번 더 보면 놓치고 지나간 많은 장면들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것 같네요. 메멘토가 더 간단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설정이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설정을 꼬깃꼬깃 집어넣어놓은 영화는 능동적으로 읽어내는 재미가 있지요. 간만에 재밌는 영화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