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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실마리 2008. 10. 29. 12:45
심리학 이론 중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란 것이 있습니다. Festinger란 사람이 제안한 것으로 우리 마음속 생각들의 역학을 잘 설명해 줍니다. 그의 실험은 모임에 가입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한 사람일수록 모임에 대해 더 좋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지부조화 이론을 사용합니다.

인지(cognition)란 머리속의 지식이나 개념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 머리속에는 많은 인지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지는 "여름은 덥다"와 "담배는 몸에 해롭다"와 같이 서로 아무런 충돌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담배는 몸에 해롭다"와 "나는 담배를 핀다"와 같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것들도 있습니다. 후자와 같이 인지가 서로 충돌하는 상태를 부조화라고 하며 이런 경우 우리 마음은 스트레스를 받고 부조화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1. 부조화를 일으키는 인식을 무시하거나 제거한다. 즉, 담배를 피고 있는 상태는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담배는 몸에 해롭다"란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입니다.
  2. 인지의 중요성을 변경한다. "담배가 너무 필요하다" 혹은 "건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방식으로 부조화상태를 줄입니다.
  3. 새로운 인식을 추가한다. "담배를 피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 "아버지가 담배를 폈지만 건강하게 사신다.",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를 핀다" 는 식의 인식을 추가해서 부조화상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한쪽에 더 비중을 둡니다.
  4. 반대되는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을 거부한다. 흡연과 관련된 기사는 읽어보지 않고 무시합니다. 부조화상태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죠.
인지부조화가 재밌어지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역학이 대부분 무의식중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채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만들고 또 없애나가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나보면 예전과 달라진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원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180도 바뀌었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죠. 내재되어 있던 성향이 뒤늦게 표출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인지부조화이론도 좋은 설명을 해 줄수 있습니다. 근무환경이나 상사의 명령에 따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두번 하다보면 마음속에 "남들도 다 이러는데. 이러는게 관행이야"라는 생각을 하다 나중에는 "몰라서 그런데 원래는 이게 옳은 방법이다"라는 생각까지 진행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죠.

인지부조화를 모든 곳에 적용하면 경험에 의한 실제 생각의 변화와 구분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이렇게 동작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가끔씩 자신의 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나중에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란 후회를 할 일이 조금 줄지 않을까요.

참고 : http://www.beyondintractability.org/essay/cognitive_disso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