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09년 미국

마치면서

실마리 2009. 11. 6. 13:00
그렇게 마지막 날이 지나고 토요일 아침 공항으로 돌아와 차를 반납한 다음 좁은 비행기 좌석에 괴로워하며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본 부산의 밤 풍경은 하늘의 절반이 산들과 아파트로 인한 불규칙한 스카이라인으로 가려지고 곳곳에 교회 십자가들이 떠 있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출근해서 몸살, 시차와 싸우면서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엄청나게 많이 나왔던 견인 트럭비를 포함한 금전적인 부담, 전자 비자 문제, 지갑 분실, 사막에서의 사고 등 여러가지 일들이 많이 생겼고 보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다 보지도 못한채 고생도 많이 했지만 가족에 큰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게 다행입니다.

일주일간 렌트카로 달린 거리는 대략 3500Km. 많은 곳을 보았지만 시간에 쫓겨 눈도장만 대충 찍으며 너무 급하게 본것 같아 며칠씩 묵으면서 이곳 저곳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여행객들이 부럽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실제 풍경에 비해 사진이 너무 초라하게 보여 실망도 많이 했었지만 이제는 사진만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실제의 기억을 되살려 줍니다. 고생한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뜨거운 햇빛아래 보았던 지평선, 곧게 뻗은 도로와 건물들에 의해 가려져 있지 않은 넓은 하늘아래 무심하게 보이던 암석들의 기억은 가끔씩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언젠가 이번에 여러번 보았던 커다란 2인승 오토바이를 타고 이번에 둘러보지 못한 곳들을 포함해서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보는 여행을 생각해 봅니다.

이번 여행경로. 다녀오고 나니 일주일만에 돌기에는 조금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