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이야기
지난 주말 극장에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D-war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한 중년의 여성분들이 단체로 관람하러 들어가는 걸 보니 조만간 1000만 관객 돌파 목록에 등재될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D-war를 보지 않았고 우연히가 아니면 앞으로 볼일도 별로 없을것 같습니다만 현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하나의 현상은 D-war와 심형래씨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의 인터넷 무리를 이룬 것입니다. 이들은 비평가들의 그저그런 평가에 맞서 초반의 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고 이제는 왕의 남자나 괴물과 같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버려 저절로 1000만은 돌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D-war를 보지 않은 입장에서 영화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1000만명이 볼만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입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는 대략 평론가, 언론, 배급사, 옹호자들 정도가 주된 세력이 될것 같습니다만 사실 이들간의 구분도 애매하기도 하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제는 평론가들이 자기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던 전통적인 언론과 달리 네트워크상에서는 평론가와 일반 독자가 같은 권력을 가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주인이나 손님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언론에 선택되어 비평을 발표할 수 있었던 평론가들의 권위는 소실되었습니다. 권위있는 언론의 명성에 기대어 있던 빈껍데기 평론가들과 함께 내실있고 알찬 비평을 하던 평론가들이 함께 공격받고 있습니다. 좋건 나쁘건 하나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고나 할까요.
또 한가지, 이제는 줄거리(네러티브라고 해도 되겠죠)의 개연성보다는 한 장면의 멋진 화면빨이 더 중요한 세대가 득세했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지루한 (하지만 아마도 좀 고차원적인 정신적 기쁨을 줄) 이야기로 단련되지 않고 뮤직비디오나 온라인게임과 같이 단편적인 화면과 음향의 자극을 많이 접한 세대들이 사회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하나의 세대가 바뀌어 가는 것일까요.
D-war가 행여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더라도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D-war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좋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심형래씨의 뚝심은 인정할만하고 그 동안 마음고생도 많았겠지만 자신에게 모자란 재능을 솔직하게 똑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