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쯤일까. 요란한 새소리에 눈을 떴다. 창을 열고 베란다에 나가보니 주변이 온통 새소리다. 잠시 후 바다 한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숙소의 방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일출을 배경으로 고기잡이에 나선 배를 바라보고 있자니 혼자지만 행복한 기분이 든다. 우리네 시골도 이런 곳이 많이 남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시골은 모두가 비슷비슷한 식당과 허울만 그럴싸한 축제 일색을 뿐, 도시와 다른 시골의 생활을 느끼고 조용히 휴식을 취할 곳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보고싶은 좋은 관광지는 관광객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제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왼쪽 정강이만 부었을 뿐, 오늘도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일출

7시 부터 시작되는 조식. 1층에 마련된 식당에 가 보니 테이블위에 몇개인가의 방번호가 써 있고 간단한 식사가 차려져 있다. 아침을 먹고 숙소 주변을 간단히 산책한 다음 오후 출발시간까지 뭘 할까 고민하다 시간 되는 데로 대마도 북쪽 해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에 뽑혔다는 미우다 해수욕장. 숙소에서 바로 연결되는 길은 중간에 공사중으로 막혀 있어서 히타카츠 방향으로 되돌아나와 돌아가야 했다.

얼마후 도착한 미우다 해수욕장은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해수욕장으로 맑은 물과 함께 수심이 얕아 가족끼리 놀러오면 좋을 것 같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청소원외에 다른 사람은 없다. 해수욕장 인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구석 해안가에 쓰레기들이 보인다. 한국의 쓰레기들이 대마도까지 떠내려간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 혹시하는 마음에 조심조심 쓰레기들이 있는 해안가에 가 보니 쓰레기는 대부분 페트병, 스치로폼, 고무 등으로 배에서 버려진것 같았다. 페트병의 국적을 살펴보니 대략 2/3 정도가 한국산이었고 나머지는 일본산이었다. 적어도 한국에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대마도 해안가에 떠내려간다는 것은 사실일 듯. 382번 국도 길가에도 많은 양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담배꽁초부터 빈캔, 페트병, 소파 심지어 냉장고 까지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일본사람들도 쓰레기를 버리는 건 마찬가지. 버리는 사람이 약간 더 작고 자발적으로 치우는 사람이 조금 더 많다면 결과적으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작고 아담한 이우다 해수욕장. 물이 얕아 가족단위의 여행에 좋을것 같다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 대마도에서 생탁병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어제와 달리 382번 국도를 벗어나서 일까? 바닷가를 지나는 작은 도로에 마주치는 차량은 한시간에 몇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그렇게 심한 언덕도 없이 몇개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자 어느덧 한국전망대로 가는 길이 갈라져 나온다. 전망대를 향한 좁은 도로를 올라가는데 웬 아주머니 한분이 산에서 꽃을 따서 내려온다. 잠시 목례를 하고 전망대를 향해 가는데 옆에 나란히 서서 (당연히) 일본어로 계속 말을 하는데 (또 당연히) 전혀 알아들을수가 없다. 잠시후 나타난 전망대는 용두산 공원의 팔각정같이 생겼다. 화창하고 맑은 날씨라 부산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물안개 때문인지 부산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 옆에는 조선시대에 인근 앞바다에서 조난당한 통역사 일행의 위령탑이 있는데 아까 아주머니가 꺾어온 꽃들이 앞에 가지런히 장식되어 있다. 관리인은 아닌 듯 하고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제로 관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원봉사일까. 자신의 마을을 깨끗하게 관리하려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배워도 좋을 것 같다.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는데 옆의 잔디밭에 여기저기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가보니 C1 소주병, 빈 도시락, 오렌지 껍질… 단체관광객이 여기서 점심을 먹고 버려놓은 것 같다. 가이드도 있었을테고 분명히 차에다 싣고 여기까지 왔을텐데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이런 행동들이 우리나라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아니 그냥 이웃나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마음이 씁쓰레 하다. 되는데로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둔 다음에 내려왔다. 한국 전망대에 인접한 아담한 마을. 꽃이 피면 아름다울것 같다 한국 전망대에서 다시 만난 마데 코리아 쓰레기들

비가 온 다음날이라서 일까. 도로 한곳에는 갖가지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매일 매일 하늘, 바다, 꽃, 동물들과 계속 접하며 자란 아이들과 도시에서 자연과 단절되어 자란 아이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다를 것이다. 매일 학교와 학원을 버스로 다니는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진다. 예쁜 꽃 시리즈 #1 예쁜 꽃 시리지 #2와 때마침 등장한 해치의 후손

어느덧 어제 지나친 382번 국도에 다다랐다. 슈퍼에서 도시락을 사서 바닷가에 앉아 점심으로 먹고 히타카츠에 도착하니 출항시간 까지는 아직 2시간 정도가 남아있다. 동네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 언덕위에 있는 신사에 올라가 잠시 쉬다가 부둣가에 가보니 부산행 배가 이미 도착해 있다. 큰 여객선이 한척 접안해 있는데 새 배는 아니지만 색끈이 장식되어 있고 여기 저기서 초등학생 부터 고등학생 정도까지의 아이들이 부둣가에 모여든다. 처음에는 배가 새로 취항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임기를 마치고 본토로 돌아가는 선생님에 대한 환송회를 하는 모양이다.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져 보내는 사람들은 선생님께 박수도 쳐 드리고 (응원단처럼) 응원도 하고 만세도 부르고 있고 선생님들은 답사를 하는 중 눈물을 닦아 내기도 한다. 환송이 끝난 선생님들은 배에 탑승해 한명씩 묶어놓은 색끈 앞에 서고 아래의 학생들은 각자 색끈의 끝을 나누어 잡고 있다. 이윽고 출항하는 배. 길게 늘어지며 이어지던 끈은 어느 순간 보내는 사람의 손끝에서 빠져나가고 보내는 사람 떠나는 사람 모두 배가 멀어질때까지 열심히들 손을 흔들고 있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겨져 있는 환송식을 엿본 것 같다. 잠시후 출항할 때 보다 두배 정도의 승객을 태운 배를 타고 돌아왔다. 분명의 가정의 하수가 섞여 나올것 같은 작은 개울에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다니고 그것을 노리는 새들이 있는게 놀라웠고 부러웠다 히타카츠의 신사에서 내려다본 시내. 대마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응원단은 게임속에서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흰장갑을 끼고 요렇게~ 요렇게~ 열정을 가지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라고 쓰여져 있을것 같은 팻말을 들고 나온 아이들. 저 선생님중 한명은 울고 말았더래요. 얼라리 꼴라리 마침내 떠나는 배. 악대의 라이브 연주속에 모두들 손을 흔들고 난리였다

여행을 다녀온지도 어느덧 두달이 다 되어간다. 가끔씩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이며 자전거를 밀고 언덕길을 올라가던 순간이 생각난다. 일상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나를 둘러싼다고 느껴질때면 홀로 비를 맞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잘곳을 걱정하며 페달을 밟고 또 자전거를 밀었던 그때가 그리워질때가 있다. 언젠가 다시 떠날날이 있을까?

구글 어스에서 조사한 여행과 관련된 사실들
  •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츠까지의 382번 국도거리 – 90Km
  • 첫째날 달린 거리 – 40Km
  • 둘째날 달린 거리 – 53Km
  • 세째날 달린 거리 – 29Km
  • 2박 3일간 총 여행 거리 – 112Km

이튿날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 7시전에 눈이 떠졌다. 몸은 약간 뻐근하지만 오늘도 큰 무리없이 달릴 수 있을것 같다.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가니 다른 식구들은 보이지 않고 할머니께서 혼자 큰 방에서 TV를 보고 있다 아침밥을 차려 주신다. 앉아서 밥, 된장국, 낫토, 김, 생선조림 등등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나서 짐을 챙겨 나서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할머니께서 가지고 가라고 어디선가 비옷을 하나 주시는데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며 출발했다. 이내 후회했지만…

두번째 날은 첫번째보다 몸은 좀 더 피곤하지만 마음은 좀 더 여유로워졌다. 어제와는 달리 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리는데다 오전이라 그런지 차량통행은 더 줄었다. 덥지도 않고 자전거 타기에는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계속 달렸다. 어제 오후 언제쯤부터인가 페달을 돌릴때마다 오른쪽에서 딱딱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젓기가 힘들지는 않고 내려서 페달부분만 돌려보면 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 계속 타고 왔으나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찝찝하게 느껴진다. 강을 끼고 있는 쓰시마 패밀리 파크를 지나 미네로 접어들자 그리 크지 않은 작은 마을에 야구장을 비롯한 운동장과 작은 돔까지 만들어져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브레이크를 잡는데 갑자기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자전거가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왼쪽 정강이를 페달에 부딪혔는데 처음 잠깐의 심한 고통이 지나고 나자 그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제법 부어올랐다. 자전거를 살펴보니 크게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넘어지면서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제부터 들리기 시작한 기분나쁜 소리가 사라졌다. 잠시 달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혹시나 안장을 좀 높였더니 페달을 젓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계속 배낭을 등에 매고 달리니 그것도 많이 불편한데 뒷바퀴 부분에 짐받이가 있었다면 훨씬 더 수월한 여행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자전거로 과감하게 관성 드리프트를 시행했던 미네. 멀리 작은 돔이 보인다

길이 바다에서 벗어나 내지쪽으로 들어가서 일까. 미네를 지나자 산세가 점차 험헤지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이도 길어진다. 평지에서 가속을 붙여 오르막 초반에 열심히 페달을 밟다보면 가끔씩 작은 언덕을 한숨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숨은 턱까지 차고 다리는 떨리고 어쩔수 없이 내려서 자전거를 밀고 올라간다. 들리는 것은 가쁜 숨소리와 방망이질치는 심장 고동소리 그리고 숲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드문드문 지나치는 자동차 소리. 고개끝까지 힘들게 올라가고 나면 반드시 신나는 내리막에 이어 다른 마을이 나타난다. 그리고 마을을 지나치면 새로운 오르막. 사람의 인생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오르막과 내리막중 어느것이 좀더 길거나 짧고 또는 가파르거나 완만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르막이 힘들다고 투정할 일도 아니고 내리막에서는 편하게 즐길뿐 교만해지지 않아야 할것이다. 보슬비를 맞으며 올라가는 언덕길의 풍경 대마도의 터널은 2차선이라도 사람이나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넓지 않은 곳도 있지만 타쿠미가 드리프트 해 내려올것 같은 U자형 길

가장 높았던 언덕은 미타케산 옆으로 넘어가는 부분으로 터널이 없이 거의 산아래부터 언덕넘어까지 자전거를 밀다가 완만한 부분에서 잠시 타다가 하면서 힘들게 넘어갔다. 사스나를 지나자 이제 길도 다소 평탄해지고 히카카츠도 얼마남지 않아 다소 여유롭고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고 간다. 작은 언덕을 넘어 히타카츠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2시경. 도착하자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출발하는 배가 있었다면 바로 타고 부산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아쉽다. 질퍽하게 젖은 옷을 입고 한 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마친후 어제의 어려웠던 숙소잡기를 떠올리며 두세군데의 민숙, 호텔에 가보았으나 모두 방이 없다고 한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 고민하다 히타카츠를 벗어나 찾아간 곳이 북대마도 국민숙사. 히타카츠에서 좀 떨어진 고즈넉한 언덕위에 위치한 곳으로 유스호스텔과 비슷한 느낌이다. 머뭇거리며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방이 있다고 한다. 처음 방을 잡을 때는 오후에 근처도 둘러보고 저녘을 바깥에서 먹을 생각으로 조식만 먹기로 했으나 목욕을 마치고 경치좋은 방에서 빈둥거리며 쉬면서 저물어가는 오후를 보고 있자니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져서 그냥 저녁까지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잠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미타케산 근처의 언덕 위에서... 히타카츠에서 숙소로 가는 길. 어느덧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과 때마침 등장한 수리 한마리 업그레이드된 저녁과 숙소

월요일 오전, 집사람과 아이를 배웅한 다음 배낭과 자전거를 챙겨 택시를 타고 국제선 항구로 갔다. 사람이 많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지만 20-30명 정도의 승객들만이 있었고 대부분 단체 관광객이거나 낚시를 하러 떠나는 사람들이다. 10시 20분경 예상보다 10분 빨리 출발한 배는 11시 40분경 어느덧 대마도가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고 이후 1시간 정도 남서쪽으로 대마도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간다. 저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구나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제법 많은 산봉우리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곶과 만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반대쪽의 바다쪽으로 돌려 잊어버리기로 했다.히 쉴만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길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며 이어지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 어귀의 공터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내려다 본 마을은 작은 항구를 끼고 있으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몇명이서 골목길에서 놀고 있다. 이즈하라 시내 점심을 먹으며 내려다본 작은 어촌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계속 페달을 저어 나간다. 풍경은 바닷가를 따라 이리저리 굽이지며 이어지고 가끔씩 내려서 밀고 올라갈 정도의 언덕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얼마나 달렸을까… 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가 나타났고 이내 쓰시마 공항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집에서 미리 가져온 지도를 펼쳐보니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달려온 것을 알게 되었고 오늘 대략 전체 거리의 절반정도는 달릴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마음의 여유를 찾고 공항을 지나 계속 달리니 어느덧 만제키 다리가 나타난다. 원래 한 덩어리였던 쓰시마를 러일전쟁때 일본군이 해로를 만들면서 두덩어리로 갈라놓았고 이를 잇기 위해 놓은 다리라고 한다. 첫번째 다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짧은 다리이며 아래쪽을 내려다 보아도 좁은 수로일 뿐 특별하게 멋진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생각보다 썰렁했던 만제키 다리

쓰시마 공항과 만제키 다리를 지나고 나니 교통량이 많이 줄었다. 이제는 띄엄띄엄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보일뿐.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덧 오늘 숙박지로 생각하고 있었던 니이가 위치한 토요타마마치의 경계에 들어섰다. 니이가 얼마남지 않은 거리에서 에보시타게 전망대가 있는 자연공원으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시간이 남는 것 같아 일단 에보시타게 전망대를 들러보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가다보니 바닷가에 위치한 와타즈미 신사가 나타났고 멀리 산 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급한 경사길을 자전거에서 내려 겨우 끌고 올라가기를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서니 인근의 경치가 눈 아래 쫘악 펼쳐지는 것이 해질녘의 햇살과 함께 어울려 매우 아름답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 전원을 켜보니 안테나가 뜬다. 돌아갈때까지 혼자서 지낼꺼라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마음이 약해져 집에 통화한 다음 잠시 쉬다가 내려왔다. 들어가는 길은 많이 둘러왔지만 전망대에서 니시 마을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짧고 금방이다. 대마도의 한 시골길 풍경. 이곳에서 속도감지 카메라를 발견했다면 당신은 예민한 사람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마도의 풍광 혼자서 여행하다보면 평소 못하던 짓도 별일아니게 할 수 있다. 셀프카메라

오후 해질녘 도착한 니시 마을. 먼저 비지니스 호텔을 찾아보았더니 문이 잠겨 있고 한참을 두드려보니 할머니 한분이 나와서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아마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인것 같다. 잠시 당황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른 민숙집을 찾아본다. 382번에서 벗어나 찾아들어온 탓일까. 다른 민숙집을 찾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이리 저리 찾아보다 하교하는 고등학생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역시 일본어로 한참을 이야기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뒤쪽으로 쭉 가서 어쩌고라고 들리는것 같다. 일단 고맙다고 인사하고 길을 쭉 따라가니 길가에 민숙집이 하나 있다. 들어가서 “스미마셍~”을 몇번 외치니 안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 뭐라고 하는데 “이빠이”란 말이 들리는게 방이 없다는 말 같다. 카탈로그에 인쇄된 민숙집 목록을 가르키며 엉터리 영어로 다른 곳은 없냐고 물어보니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앞서 들렀던 비지니스 호텔을 집어준다.

꾸벅 인사하고 다시 바깥으로 나와 니시 마을을 군데 군데 찾아보니 작은 골목 안쪽으로 여관이 보인다. 길에서 자느니 안 되면 여관이라도 자야지라고 마음먹고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좀 더 안쪽으로 또 다른 민숙집 한곳이 보인다. 일단 민숙집으로 가서 문을 열어 보니 불이 꺼져 있어 한두번 “스미마셍”을 불러보다 돌아서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비교적 젊은 아주머니가 한분 나온다. 나름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역시) 엉터리 영어로 오늘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집안에 잠시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안에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한분 나오면서 “이럇샤이마세” (다 알다시피 어서오세요)라고 하는데 걱정이 눈녹듯 사라지며 마음이 푸근해진다. 집의 2층에 객실로 사용하는 듯한 방이 여럿있는데 다른 손님은 없고 방안에 이런 저런 짐들이 있는게 한동안 손님을 받지 않은 듯하다. 비교적 정리되어 있는 방 하나를 받고 근처의 슈퍼로 가서 도시락과 맥주를 사와서 간단히 저녁을 마치니 아래쪽 목욕탕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하라고 불러준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푹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쫙 풀리는 것 같다.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 포근한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첫날 민숙집 숙소

103Km, 인터넷의 일본 여행기들을 살펴보다 우연하게 발견한 대마도를 가로지르는 383번 국도에서 남쪽의 이즈하라와 북쪽의 히타카츠 사이의 거리이다. 몇몇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마도에 도전한 후 작성한 여행기를 읽고 나도 언젠가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직장을 바꾸면서 주어진 며칠의 시간…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대마도 횡단 자전거 여행이었으니까.

30대 후반의 나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장 멀리 가본 것이 대연동에서 광안리까지니까 대략 5-10Km 정도될까?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달리는 정도는 되지만 양손을 놓고 달릴 정도의 내공은 아니니 보통이라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세계일주도 하고 미국을 횡단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마도 종단(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이즈하라가 최남단이 아니므로 종단이라고 하기도 좀 뭣하지만) 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도대체 103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과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경험자의 말로는 제주도 일주보다는 어렵고 서울 부산 왕복보다는 어렵다고 했으니 그리 쉽지 많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는 구입한지 1년이 되지 않은 미니벨로 종류…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는 비싸고 작고 가볍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발하기전에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많은 수의 자전거 여행기에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자전거의 고장. 이를 수리할 수 있으면 정상인 상태는 아니더라도 달려서 무사히 여행을 마치지만 고장에 따라서는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정비라고는 전혀 모르지만 비교적 최근에 산 자전거라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바램과 펑크가 난다거나 기타 고장이 난다면 최악의 경우 자전거를 버리고 택시나 버스를 타고 항구까지 도착하면 되지란 다짐을 하고서 출발하기로 했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 될수 있는한 홀가분하게 나 자신과 만나고 싶어 아무런 배편도 숙소도 예약하지 않았고 노트북이나 MP3 플레이어 같은 장치들도 가져가지 않았다. 자전거, 카메라와 여분의 배터리, 내의와 양말, 세면도구 만을 배낭에 넣었을 뿐. 카메라를 놓아두고 갈까 고민도 해 보았지만 그래도 취미인데 싶어 카메라는 결국 배낭안에 챙겨넣었다.

382번 국도와 이번 여행에 가져간 자전거,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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