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서부의 금광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근처의 시에라 네바다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중국, 남미, 러시아 등 전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이 언덕에 모여살기 시작했으며 지금의 러시안 힐, 차이나타운, 이탈리아 거리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언덕과 일방통행길이 많고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첫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관광하기로 했습니다.
항공편은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하여 동경을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노스웨스트 항공사를 이용했습니다. 태양과 반대쪽으로 이동하기때문에 굉장히 짧은 하루를 보내게 되지만 날짜변경선을 통과해서 하루를 벌게되므로 결과적으로 출발 날짜와 동일한 시간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게 됩니다. 중간에 잠을 자두어야 시차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저는 2-3시간, 집사람은 1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하고 멍한 정신으로 도착했습니다.
미국 국적의 항공사는 소지품 검사가 철저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수화물을 일일이 다 뒤져보며 작은 화장품은 물론이고 물티슈까지도 압수합니다. 웬만하면 짐으로 부치시고 가벼운 가방을 가지고 타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일본, 미국으로 갈수록 오히려 검사는 대충하더군요.
말 많은 미국 입국은 사진찍고 지문을 받는 것만 무시할수 있다면 친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중국계로 생각되는 심사관은 이것저것 물어보며 일주일간 캘리포니아를 둘러볼거란 말을 듣고는 너무 짧지 않느냐고 다음에는 좀더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오라는 말도 덧붙여주었습니다. 출발 이틀전 여권의 만료일이 5개월 조금 넘게 남은 것을 알고 무척 긴장했습니다만 비자가 있기 때문인지 여권의 앞면은 제대로 보지도 않더군요.
아무튼 짐을 찾고 바깥으로 나오니 오전이라 그런지 공항은 그리 붐비지 않았고 승객 대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저희들만 남았습니다. 가장 저렴한 SamTrans란 버스는 정류장이 1층에 있습니다만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큰 여행가방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은 아무리 허름하게 옷을 입고 있다곤 해도 좀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겨우 물어서 버스를 타고 호텔을 찾아 도착한 시간이 11시경, 아직 좀 이르지만 체크인은 가능했고 여행가방을 놓아두고 반나절의 시내관광을 나섰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운타운, SOMA, 차이나타운 등 유명한 곳들이 많지만 겨우 반나절의 관광계획으로는 부둣가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호텔바로 앞에 위치한 케이블카 정류소에서 30여분 줄을 서서 케이블카를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카라고 줄에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전차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안쪽에는 앉아 가도록 되어있지만 바깥은 손잡이가 있어 매달려 가듯이 올라타게 된다는 것. 안쪽에 식구들을 앉히고 저는 바깥에 매달려 갔습니다.

부둣가는 예전에 어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팔고 캔을 만들던 곳이지만 이제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선창마다 번호가 붙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곳은 자연산 바다사자들이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유람선 탑승장이 있는 39번 항구. 클램차우더의 원조집이라는 곳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고 유람선에 탑승하자 아들 녀석은 피곤했던지 곧 잠이 들어버립니다. 유람선은 한시간 정도의 일정으로 금문교와 알카트라즈섬을 거쳐 돌아오는데 금문교는 사진으로 워낙 많이 봤던 곳이라 실제가 사진과 똑같다는 것 외에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다만 주변 풍경과 바다에서 바라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시내 경관이 아름다웠습니다. 알카트라즈 섬은 알카포네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흉악범들이 갖혀 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더 락 으로 훨씬 더 유명해진 섬입니다. 이제는 버려진 건물들만 남아있었지만 철창도 없는 섬에서 부둣가가 빤히 보이는데도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잠시 쉰 다음 상점가와 박물관을 잠시 둘러보고 스트리트카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어 근처 상점가를 잠깐 둘러보고 버거킹에서 저녁을 때우고 취침.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캘리포니아 여행이 시작됩니다.
미국의 물가는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비해 같거나 오히려 쌌습니다. 스타벅스의 커피가격은 대략 3000원대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크기는 우리나라에서의 grande 정도였고 내심 노리고 있던 닌텐도의 게임기는 129달러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환율을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거의 2배 가격이죠. 그때 덜컥 사지 못한걸 내심 후회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