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때 그를 찍지 않았지만 그가 대통령 취임식때 하던 연설에서 어떤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임기 시절동안 했던 일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많았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열심히 수고했다고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보수 세력, 언론의 견제 뿐 아니라 공무원 사회의 무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힘들게 버텼고 성공적으로 정착되지는 못했지만 서로 토론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려고 고생했습니다.

학벌과 지연이라는 인연에 상위 권력자의 눈치에 크게 거스리지 않고 생활하며 적절한 비리를 내면화하며 올라간다는, 타락한 보수의 절차와 검증을 건너 뛰어 권력을 가지게 된 그가 힘을 가지고 있을때에는 조용히 밑에서 칼을 간 세력들이 결국 힘이 없어진 다음 만인 앞에서 그의 자존심과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그를 떠민 것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입니다. 현 대통령, 여당, 검찰을 욕하기는 쉽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품고 또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자기네 식구들과 타자의 구분. 타자로 구분되는 사람들의 상황과 고통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식구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인의 불이익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생각의 옳고 그름보다는 나이와 지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위기. 이러한 분위기와 생각들 속에서 길들여져 괴물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들은 곳곳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명령을 따르고 그들과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줌으로써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누군가가 물러나더라도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며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시스템에서 비교적 자유로왔던 그가 끊임없이 시스템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던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것입니다. 앞으로 제 2, 3의 노무현이 나오기도 힘들겠지만 나와도 단기간에 이 시스템을 해체하기는 어려울것 같습디다. 그러한 변화는 집과 학교를 포함한 사회전반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찾으며 마지막으로 세상을 내려다 볼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이제와서 크게 중요하지 않겠지요. 편한하게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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