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녘 약속이 있어서 와인 몇잔을 마시고 천천히 음주 라이딩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차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운전자들도 퇴근 시간 한참 밀릴 때의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아 느긋한 마음으로 부산진역 앞을 지날 때쯤 뒤에서 뭔가 규칙적인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습니다.

무엇인가 이상한 소리라고 느끼고 뒤를 돌아보려 할때 이미 나와 나란히 달리며 어느덧 추월하고 있었던, 분당 100회가 넘어보이는 케이던스를 유지한 라이더가 한명 있었으니 앞에 장바구니와 뒤에 짐받이가 달린 보통 시장용 자전거를 타고 뒤에 빨간 점멸등만 달고 헬멧도 쓰지 않았던 백발에 가까운 할아버지였습니다. 어처구니 없이 빠른 페달링에 피식하고 웃음을 짓고 앞으로 달려나가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중 짐받이에 실려있던 가방 한쪽 끈이 풀어져 가방이 기우뚱 기울어지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이를 알고 인도로 자전거를 세우던 할아버지를 지나쳐 자성고가를 넘어 할아버지일은 어느덧 잊어버린채 문현동 로터리로 가던 중 다시금 아까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 옆을 바라보니 그분이 어느덧 또 나를 추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어를 높이고 나도 한번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라는 고민을 잠시 하는 사이 그분은 나타날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그러나 갑자기 길옆의 골목길로 빠져버렸습니다.

보통 연세가 드신 분들은 뒤에서 보면 무릎을 바깥으로 벌리고 핸들의 흔들림없이 천천히 페달링을 하시는 편이라 추월할때가 많은데 평범한 자전거로 그렇게 빠른 페달링의 하면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달려나가시던 분을 보고 강호에는 숨은 고수들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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