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방 이야기 정도의 제목이 어떻게 여름방학 흥행용 3D 애니메이션 제목과 비슷한 나누와 실라의 대모험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그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CGV 단독 개봉영화였고 일주일째 상영중이었으니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 상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만…

영화는 브랜드 가치를 나름 잘 살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표 영화였지만 솔직히 야생동물을 피사체로 삼는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힘들게 찍은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자연에서 힘들게 찍은 영상들을 편집하다보니 약간은 산만하게 느껴지는 줄거리와 중간에 끊기는 느낌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우리는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고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다는 것,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취하는 행동들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조금이라도 간접적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침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대가 퇴근시간대여서 거리는 많은 차들로 무질서하게 막혀있었습니다. 우리는 더운 한 여름 햇빛만으로도 손쉽게 뜨거워지는 양철조각 안에 기름으로 불까지 붙여놓고 들어앉아 덥다고 냉방까지 틀어가면서 서로 편하게 가겠다고 좁은 길을 가득 메우고 무엇을 하는 걸까요. 기름을 사용하여 만든 화학비료를 써서 키운 곡식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동물에게 먹여 지방을 잔뜩 찌우고 얻은 고기를 마블링이니 고소한 맛이니 하면서 먹어대고 자연히 비대해지는 몸뚱아리가 부담스러워 냉방을 가득 틀어놓은 공간에서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 위를 땀흘리며 달리는 말도 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생활을 엄청난 양의 오일 소비에 바탕을 둔 말도 되지 않는 사회 생활의 거품은 언젠가 지구상에 늘어난 인간의 수에 비례하여 순식간에 빠지는 날이 오겠죠. 우리의 자손들은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지금도 언론에서는 지구온난화 이야기와 온실가스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 우리 후손들, 당장 우리 자신의 미래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자신의 안일함에 빠져 다가오는 위험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이런 위협에 대한 해결책을 무엇이 일을까요. 위대한 정치인이 나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멋진 제도를 만들어내어 자원을 잘 관리하거나 누군가 뛰어난 과학자가 환경에 전혀 해가 없고 무한히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낼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런 가능성을 믿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자원 절약쪽으로 줄이는 것이 훨씬 힘들지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행하지 않는다고 비교하면서 자신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안일하고 무책임한 생각이겠죠.

언젠가 인간이 만들어 놓은 허상의 생활이 붕괴되는 때 대다수의 인간들은 사라지고 소수의 인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살아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후손들은 어쩌면 우리가 이루어놓은 과학적인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생태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현명함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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