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내일이지만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하므로 실질적인 마지막 날입니다. 로스엔젤레스에는 시내와 헐리우드를 비롯한 여러곳의 명소가 있지만 저희는 게티센터 에 들렀습니다.
게티센터는 장 폴 게티 란 석유사업가의 수집품을 전시한 박물관입니다. 처음에는 말리부란 곳에 박물관이 있었는데 1997년 로스엔젤레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브렌트우드란 현재의 위치로 옮겨짓고 예전의 박물관은 현재 게티빌라란 박물관으로 근래에 다시 개관했습니다. 게티센터에는 고흐의 붓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박물관 자체가 현대적인 건축물로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구획이 잘 나누어져 있었으며 주차료를 제외하고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한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었지만 몇몇 사진들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수집품을 관람하다 보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일련의 단체가 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한 그림에서 대상의 얼굴 표정이나 손짓등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열심히 강의해 주는 선생님을 보면서 명화들을 직접 보고 세세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그들의 교육환경이 부러웠습니다.
게티센터에서 나와 UCLA를 거쳐 로데오 드라이브로 갔습니다. 2-3블록에 걸쳐 이름을 많이 들어본것 부터 생소한 것까지 명품 매장들이 줄을 지어 있고 포르쉐나 부가티 같은 자동차들이 가끔씩 눈에 뜨입니다만 저같이 명품을 봐도 명품인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일반 아케이드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로데오 드라이브와 가까이 있는 비버리힐즈에도 가보았습니다만 거대한 야자수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길가를 따라 넓은 정원을 가진 집들이 늘어서 있을 뿐 헐리우드 배우도 얼굴을 아는 유명인사도 볼 수 없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늦은 오후 숙소 주변의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걸어갑니다. 몇 킬로 미터에 걸쳐 펼쳐있는 넓은 모래사장 주변으로 운동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과 노숙자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모래사장의 폭이 워낙 넓어서 한참을 걸어서야 바닷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에서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일몰을 바라보다 아이는 도적 갈매기떼에게 아이스크림을 뺏기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다음 인근의 서드 스트리트에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서드 스트리트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상가 골목인데 항상 늦은 밤에만 지나가다 주말저녁에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고 이런 저런 길거리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양키 두들이란 펍에 들러 여행을 정리하면서 저녁 겸 맥주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가이드 북에는 미국의 식당에서는 전체 금액의 10-20%를 팁으로 주는 것이 관례라고 나와 있습니다. 식사를 마친 다음 웨이트리스가 계산서를 가지고 가지고 오면 팁을 계산서에 끼워주거나 팁 금액을 계산서 아래쪽에 추가로 적어주면 된다고 하는군요.
미국의 주유소는 모두 셀프 주유입니다. 시골에서는 먼저 기름을 넣고 나서 가게로 들어가 금액을 지불하면 되구요, 도시에서는 먼저 금액을 지불하고 몇번 기계에서 넣을지를 알려주면 금액내에서 기름을 넣고 잔액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유리로 막혀진 공간안에 위치한 계산원과 금액을 주고 받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다음 날 아침에는 일어나서 바로 공항으로 가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탑승 수속을 밟았습니다. 공항과 렌트카 회사는 거리가 제법 되지만 셔틀 버스가 계속 다니고 있습니다. 갈때와 반대로 일본 동경을 거쳐 부산의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밤 10시경, 이번에는 태양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굉장히 긴 낮시간을 지내고 나면 날짜가 하루 바뀌어 오후에 도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