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커다란 말벌 한마리를 안방에서 발견했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이리저리 방 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조금씩 날다가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꼬리에는 침이 아직 빠지지 않은 것 같아 손으로 잡기도 뭣하고 어떻게 창가로 보내야 하나를 한참 고민하다 귤껍질에 초코시럽과 요리당을 조금 부어 벌이 기어가는 앞에 놓아두었더니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려다 일단 주둥이가 근처에 닿더니 한참을 계속해서 꼼짝않고 붙어있었습니다. 긴팔옷과 스키장갑으로 나름 무장을 하고 귤껍질채 열린 창문틀에 놓아두었더니 잠시후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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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벌을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창문을 열어두었던것이 적어도 2-3일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동안 함께 동거를 한 셈인데요, 아마도 낮동안 바깥으로 나가려고 열심히 붕붕거리다가 힘이 빠진 저녁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식구들과 함께 지냈다고 생각하니 자면서 벌을 건드려 별일이 생기지 않고 지낸 것이 우리 가족의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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