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전거 동호회의 게시판을 보면 비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질투심이 섞인 감정을 나타내는 글들이 가끔씩 있습니다. 자전거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그런(싼) 자전거로 대단하다” 이런 종류의 말을 듣고 나면 특히나 기분 상하는 경우가 많죠.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비에 대해 욕심이 많은 편입니다. 카메라도 모두들 SLR 그것도 비싼 백통렌즈와 세로 그립까지 달고, 등산을 가도 비싼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하며 다니며 자전거도 값비싼 최고급 용품들로 맞추고 비싼 유니폼들과 고글까지 맞춰쓰고 다닙니다.

요즘 자전거에 빠져 나름 열심히 타고 다니다 보니 100만원이 조금 넘는 자전거에 다시 몇십만원을 들여 부품을 업그레이드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은 가격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많이들 놀랍니다. 사실 본격적인 자전거의 세계에서 제 자전거는 중하급 정도가 될것 같습니다만 신문을 몇달 구독해도 받을 수 있고 경품으로 흔히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자전거에 왜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서 타고 다닐까요. 여기에 대해 잠깐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자전거는 인간의 힘을 사용하는 이동수단입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로 치면 사람이 엔진이고 나머지 부분이 자전거가 되는 셈이죠. 언덕길을 올라가거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엔진과 부품 모두가 중요합니다. 처음에 재미삼아 타기 시작한 자전거가 어느 정도 본격적인 취미가 되고 나면 좀 더 높은 언덕길(혹은 산길)과 좀더 빠른 속도를 추구하게 됩니다. 이때 자신의 운동능력을 늘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동력전달체계를 갖춘 자전거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완전히 속도를 추구하는 (비싼) 자전거들은 카본이니, 티타늄이니 하는 재료들을 써서 본체(프레임)가 가볍고 또 구동계의 부품들도 여러 급으로 나누어지는데 고급일수록 좀 더 가볍고 효율적으로 동작합니다.

따라서 같은 엔진을 사용할때 즉, 같은 사용자가 운전할 때 좋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같은 자전거를 탈때, 심지어 안 좋은 자전거를 타고도 더 좋은 엔진을 가지고 있다면 더 좋은 자전거를 따라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비싼(좋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소위 생활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달리는 사람에게 대단하다고 말할때는 좋은 엔진을 가지고 있는 걸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자전거는 생활자전거대로의 매력이 있습니다. 짐을 실을 수도 있고 아무곳에나 세워놓을 수 있으며 유지비도 적게 들지요. 하지만 비싼 자전거를 장만해서 그 자전거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엔진을 가지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장만해서 한달에 한두번 속도감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엔진이 되고 탈때마다 언제나 한계까지 몰아 붙일 수 있는 자전거에 투자하는 것이 재미에서도 경제적으로도 좋지 않을까요.

참 멋지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의 자전거… 가격을 보면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볼수록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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