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안방형 게임기 Wii가 마침내 한국에 발매되었습니다. 한국 독자코드를 채택해서 일본, 미국에서 발매된 게임은 돌아가지 않으며 소위 복사칩이 부착되는 게임큐브 호환칩을 없애버린 특별 기기를 따로 들여왔습니다. 여기에는 이전에 발매한 DS가 소위 복사칩의 유행으로 팔린 게임기에 비해 게임의 판매가 밑돌았던 사연이 바탕이 된것 같습니다.
XBox, Playstation과 같은 게임기는 초반에 하드웨어를 손해보며 팔고 소프트웨어로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가지는 반면에 닌텐도는 게임기도 손해보며 팔지 않고 게임으로 추가 이익을 얻는다고 합니다. DS의 경우 게임기와 게임의 판매 이익과 한글화에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면 복사칩을 많이 사용한다고는 해도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 같아 Wii도 일본에 발매되는 게임기를 그대로 들여오고 소위 베스트셀러 게임만 한글화 해도 이익을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한국에 특화된 게임기와 발매되는 전 게임의 한글화란 의외의 정면돌파를 채택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소비자와 다른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집니다만 그들 입장에서는 이전 DS의 시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당장 약간의 이익을 얻는데 만족하지 않고 기왕 한국에서 장사하기로 한것 어려워도 시장을 제대로 만들어가겠다는 다짐같은게 느껴져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6세기 그레샴 이란 사람이 “Bad money drives out good.”이라고 말한것을 한글로 옮긴 것이 되겠는데요. 예전에는 화폐(동전)가 실제 금액에 해당하는 금이나 은을 함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화폐의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혹은 화폐가 점점 추상적인 개념이 됨에 따라 금, 은의 함유량이 떨어지는 같은 액수의 새로운 화폐가 등장하는데 두 종류의 화폐가 함께 사용될 때 사람들이 예전의 실제 가치가 높은 화폐는 사용하지 않고 실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치가 높은 좋은(good) 양화가 사라지고 나쁜(bad) 악화만이 사용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합니다.
똑같은 화폐 단위로 사용된다면 더 높은 가치를 가지는 돈을 남겨두려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며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금, 은의 가치가 양화의 가치보다 상승하자 일부에서는 화폐를 녹여 금, 은을 뽑아내서 팔기도 했다고 합니다만 이것이 그레샴이 말하고자 한것은 아닌것 같구요.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같은 화폐 단위로 사용하기로 한 이상 좋은 돈, 나쁜 돈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단순히 화폐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어떤 현상을 기술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보통 정보의 부족이나 정부의 시책등에 따라 어떤 물건을 실제 가치와 다른 가치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지칭하여 사용한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이전에 사고가 났던 엉터리 차량을 비싸게 팔면 판매자의 이익이 많아지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는 점점 좋은 차량이 사라지고 엉터리 차량만 남게 된다거나 정부에서 어떤 시험에 통과하는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에 많은 지원을 하니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성적이 좋아진 학생들과 원래 통과할 수 있었지만 최상의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등한시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광의의 그레샴 법칙을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점점 원칙이나 정의가 무시되는 현상 이라고 정의한다면 DS의 복사칩 현상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여기에 닌텐도는 Wii를 발매하면서 해외에서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지만 역시 한국에서는 대다수가 설치하리라 생각되는 복사칩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복사한 해외의 게임이 돌아가지 않도록 독자코드라는 수를 사용했습니다. 닌텐도를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시장이 어떻게 돌아갈지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