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대학 다닐때나 지금이나 저는 바뀐게 없는 것 같은데 어느덧 학부모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는 매일 유치원, 음악학원, 태권도를 배우고 일주일에 한번씩 학습지와 미술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불과(?!) 30여년전 저는 유치원도,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하루 종일 줄창 놀기만 했던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아이가 훨씬 더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웬지 놀이라는 아이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씁쓰레 합니다.

걸음마 때기 전부터 남들보다 낫게 키우기 위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광풍에 가깝습니다. 학교에 가면 선행학습에다가 숙제나 준비물까지 부모들이 준비한다니 거의 괴담 수준으로 들립니다. 미술시간 준비물은 풀만 붙이면 되도록 부모가 다 잘라놓고 공작 숙제는 제작소에 맡기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노는 재미를 아는 것이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 보다 무조건 남들에게 지지않고 앞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디로 뛰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뛰니까 덩달아 뛰는 셈이죠. 레밍스를 닮았다면 너무 과한 말일까요. 이러한 경쟁이 대학입학까지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소수의 승리를 위해 모두가 같은 결승점을 바라보고 뛰어갑니다. 성적 순서대로 위에서 부터 선택하고 남은 대학과 학과를 어쩔수 없이 들어갑니다. 성적이 좋건 나쁘건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적당히 과 이름과 취업전망을 보고 전공과목을 선택했고 좋아서 평생 공부하기 보다는 취직하고 업무에 써먹기 위해 배웁니다. 이 얼마나 커다란 사회의 낭비입니까.

제 아들은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자신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 어릴때부터 여러가지를 접할 수 있어야 할것이고 2)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때에 그것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할것이며 3) 자기가 좋아하지만 남들에게 뒤진다는 것을 알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다른 길을 찾을 때 그것이 인생에 너무 커다란 오점으로 남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를 접하게 하려니 학원에 보내야 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고 할 때 거기에 전념하면 낙제생이 될까봐 걱정이고, 좋아하는 것이 나중에 생활로 이어지지 못하면 사회 부적응자가 될까봐 걱정입니다. 젊었을 때 한번의 자유로운 비상이 너무 커다란 위험을 동반한다고나 할까요.

초등학교때에는 자연을 많이 접하면서 친구들과 놀고 협동하는 것을 배우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더 배우기 위해서 대학에 가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가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이런 환경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반상의 구분이 있었고 과거에 합격하면 양반이 되어 팔자를 고칠 수 있었던 조선시대부터일까요. 이런 사회의 굴절은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정부, 제도, 학교 탓만 하기에는 모두가 너무나 영악하고 자기 자식들만 챙깁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고민 정도는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라면 다 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점차 많은 학생들이 맹목적인 달리기를 멈추고 자기 자신과 주변을 관찰하며 이들을 학교에서 수용해 낼 수 있을 때에야 교육이 조금씩 바로 잡아지겠죠.

어쩌면 한번도 자유롭게 날아보지 못한 애비의 자식에 대한 희망과 걱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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