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 계속 가동되는 에어컨디셔너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서늘함,
자다가도 한두번쯤 깨어나게 만드는 끈적끈적한 더위,
틈틈히 동반되는 소나기 전의 저기압과 동반되는 늘어짐…
소위 3위1체가 합쳐져 개도 하지 않는다는 여름 감기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나을 듯 말듯한 코막힘과 마른 기침을 발작적으로 하게 만든다.
나이 듦에 따라 (어쩌면 다른 이유로) 점점 삐그덕대며 힘들게 돌아가는 머리통은 몇잔 술을 들이켜야 기다렸다는 듯이 생각을 이어가며 뽑아내고 술기운에 잠시 주체할바 모르고 달리던 생각은 어느덧 취한 정신에 발목이 걸려 비참하게 넘어진다.
이제는 더 이상 기쁨을 주지 못하는 숱한 음반들과 근래 발견했지만 서서히 퇴색해가는 음악들은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새로운 음악과 멜로디에의 갈증을 겨우 달래주고 있다… 가끔씩 다시 들어보는 이전에 사랑했던 음악들은 전통과 음악의 기본적인 힘이 무엇인지를 몸 안 깊숙히 다시 되새겨주고 금방 아스라히 사라져버린다.
하나 하나 더해져가는 빈 맥주캔들은 빈 껍데기만 남은 나의 공허함이 점점 깊이를 더해감을 알려줄 뿐… 나는 알고 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빈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자연이 주는 순수함을 느끼는 것 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