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싸는데 아이의 지갑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가 몇달동안 모은 용돈을 미화로 바꾸어 온 것인데 어제 밤 아이가 호텔의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장난감을 샀으니 분명히 호텔안에서 없어졌는데 가게에 가서 물어봐도 지갑은없다고 합니다. 저녁 직원이 지갑을 챙겨갔을 가능성이 많은것 같지만 증거가 없는데다 저녁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어볼수도 없는 일. 슬퍼하는 아이에게 어쩔 수 없다고 달래면서 체크 아웃을 합니다. 오늘은 라스베가스의 북동쪽에 위치한 자이언(Zion) 캐년을 둘러보고 브라이스 (Bryce) 캐년까지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모님과 아이는 어제부터 계속해서 후버댐(Hoover Dam)을보고 싶어 합니다. 트렌스포머에서 메가트론과 큐브를 보관하고 있던 바로 그 곳. 하지만 후버댐은 라스베가스의 남동쪽, 네바타주와 아리조나주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때 들러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던게 모두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 잠시고민한 다음 일단 둘러보기로 하고 후버댐을 향해 달립니다. 한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후버댐에 도착했고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잠시 댐을 둘러봅니다. 댐을 만드는 도중에 거의 백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936년 완공 당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콘크리트구조물이었다고 하지만 요즘같이 높이에 익숙해진 세대로서는 조금은 평범한 하지만 익숙한 구조물 정도로 다가왔습니다.

후버댐,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은 어디에?



12시경 다시 라스베가스를 거쳐 자이언 캐년에 도착한 시간이 3시반경. 자이언 캐년은 흰색과 주황색이 섞여있는 거대한 돌산들 사이에위치한 비교적 좁은 계곡으로 좁은 계곡 내부 도로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일반 차량의 진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세우고 공원 안을 다니는 셔틀 버스를 타고 가장 안쪽의 정류장인 시나와바의 사원(Temple of Sinawava)이란 곳까지바로 들어갑니다. 중간에 위핑 락(Weeping Rock) 정류장에서는 꼭 가보고 싶었던 엔젤스 랜딩 트레일(AngelsLanding Trail)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만, 후버댐에 들러온다고 시간을 많이 까먹었고 막상 트레일이 있는 돌산의급경사를 보니 집사람과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란 걱정도 들어서 아쉽지만 그냥 건너뛰기로 합니다. 좁은 계곡이 갑자기 넓어져동그런 사원같은 공간을 형성한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해서 강을 따라 나 있는 짧은 리버 사이드 트레일을 따라 걸어가 봅니다.강가를 따라 비교적 평탄한 좁은 길을 잠시 걸으니 어느덧 길은 끝나고 계곡이 좁아져 강속에 들어가서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내로우즈(Narrows)란 곳이 나옵니다. 오전에 출발하면 하루 코스로 다녀올수도 계속 상류로 가면 캠핑을 할수도 있다고 하는데짧은 여정의 우리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대충 트레일의 기분만 느껴보고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옵니다.
엔젤스 랜딩 트레일

엔젤스 랜딩 트레일로 가는 길


자이언 캐년의 풍경


리버사이드 트레일이 끝나고 본격적인 내로우즈가 시작되는 곳



자이언 캐년에서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은 계곡에서 빠져나와서 빠른 도로를타고 둘러가는 방법이 있고 돌산을 뚫어 만든 자이언 산 카멜 터널(Zion Mount Carmel Tunnel)을 지나서 가는방법이 있습니다. 경치가 좋은 후자의 길을 택하고 굽이 굽이 돌아가는 길을 올라가다보니 아무런 조명도 없는 깜깜하고 좁은 터널이나오고 터널을 빠져나와 작은 고개를 넘으니 갑자기 숲이 나오면서 주위 경치가 바뀝니다. 구글맵에서 알아본 자이언 캐년에서브라이스 캐년까지의 예상시간은 2시간 30분. 하지만 6시가 지나면서 주위는 점점 어두워져 갑니다. 왕복 2차선 도로의 제한속도는 65 마일, 아무런 가로등도 마을도 없는 깜깜한 도로를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해서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고 있으니차가 길바깥으로 빠져나가거나 갑자기 앞에 무언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도로가에 쓰러진 몇마리의동물을 보았으며 이중 한 놈은 덩치가 제법 큰 사슴같았는데 네 다리를 곧게 뻣은 채로 누워있었고 헤드라이트의 불빛아래 순식간에스쳐지나간 다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다리가 미세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던것 같기도 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경련이 실제로있었는지 상상속에서 그렇게 보였던 것인지 애매합니다.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풍경



몇개인가의 작은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마을 입구에 스피드건으로 현재의 속도를 보여주는 전광판을 만들어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순찰차가 마을 한곳에 서있었습니다. 과속으로 지나가면 영화에서 본 것처럼 햄버거와 콜라를 먹던 보안관이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올지 잠시 궁금하기도했습니다만 딱지를 떼이거나 영화처럼 이상한 보안관을 만나 사고에 말려드는 역할을 맡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얼마나달렸을까요. 어둠속에서 네비게이션만 바라보며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걱정한지도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브라이스 캐년에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국립공원 입구에서 레인저들이 돈을 받고 일주일간 유효한 입장권을 내어줍니다만 저녁 9시경에는 아무도없어 그냥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 체크인 하면서 물어보니 숙소의 식당은 곧 문을 닫는다길래 다시 차를 몰고 나와 공원바깥쪽의 Ruby's Inn이란 곳에 들러 뷔페식 저녁식사를 배불리 먹고 숙소에 돌아가 둘째날 여정을 마감합니다.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에 관하여

미서부의 콜로라도 고원은 산에서 흘러나온 퇴적물이 분지에 쌓이면서 무게에 의해 아래쪽으로 가라앉은 다음 광물과 퇴적물의 무게로 암석이 되고 이것이 융기되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암석층이 기울어져 있어 브라이스 캐년의 가장 밑바닥이 자이언 캐년의 위쪽에해당하고 자이언 캐년의 가장 아래층이 그랜드 캐년의 가장 위쪽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이를 그랜드 스테어라고도 부릅니다. 그랜드캐년과 자이언 캐년은 고원이 콜로라도 강과 버진강에 의해 침식되어 형성되었지만 브라이스 캐년은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해 암석사이에 흘러든 물이 얼면서 쐐기 역할을 하면서 돌을 쪼개고 이것이 다시 비와 바람의 작용으로 특징적인 후두(hoodoo)라고하는 돌기둥 모양을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Grand StairCase

브라이스 캐년의 후두가 만들어지는 과정


둘째날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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