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 디 에어"라는 번역도 아니고 완전히 들리는 데로 받아쓴것도 아닌 제목을 붙여 개봉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간략한 느낌이지만 당연히 스포일러를 포함한 영화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독특한 목소리와 깔끔한 미소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가 기업의 직원 해고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으로 아웃소싱 받는 회사에서 일하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 라이언 빙험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회사일 이외에도 삶의 책임과 중압감을 가상의 백팩에 넣어 태워버리고 부담에서 해방되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 있으며 또한 천만마일의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는 생활의 대부분을 비행기와 호텔에서 지내며 주로 비어있는 그의 아파트에는 아주 가끔씩 들릅니다.

안정적인 그의 삶에 두명의 여성이 등장합니다. 명문대를 막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나탈리는 회사 경비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출장비를 절감하기 위해 화상으로 직원에게 통보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귀가 솔깃한 사장은 해고자의 반응에 따른 직원의 대응을 도식화하기 위해 나탈리에게 고참 빙험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라고 합니다. 다른 한명 알렉스는 출장지의 호텔 바에서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 매력적인 여성으로 연락처를 교환한 후 서로 출장 스케쥴을 조절하며 가끔씩 만나 뒤끝없이 밤을 함께 지내는 사이가 됩니다. 

나탈리는 당돌한 신참이지만 일에 열심이고 미숙한 부분도 있어 빙엄은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치며 직장 동료로 맞이하고 알렉스와도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는데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여동생에게서 청첩장과 함께 장래 남편과 함께 찍은 모형(?)을 여러 출장지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알렉스에게 부탁해 함께 참석한 여동생의 결혼식. 오랫만에 만난 가족이 그를 반겨주기 바라지만 빙험이 가족관계를 정리한것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에게 빙험은 정리된 존재입니다. 그가 여러곳에서 찍어 자랑스레 들고온 사진들은 여러 친구들이 보내온 수십장의 사진중 몇장에 불과하며 여동생 부부는 경기의 어려움으로 돈이 없어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사진으로 대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결혼식날, 장래 매제는 갑자기 부담감에 결혼을 망설이게 되고 빙험의 삶을 동경하는 매제에게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지낼 부기장(co-pilot)을 얻는 것이 절대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고 여동생 부부는 무사히 결혼하게 됩니다. 이후 참석한 중요한 강연장에서 그는 더 이상 인생의 무거움을 백팩에 비워내라는 강연을 하지 못하고 알렉스와의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희망하며 그녀의 주소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미 소중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유부녀였습니다.

빙험과 나탈리가 처리했던 한 정리해고자의 자살로 회사는 해고자의 반응을 자세히 살펴볼수 없는 화상 통보 계획을 무기한 보류하고 나탈리는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빙험은 간절히 원하던 천만마일 마일리지를 마침내 얻게 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카드 한장과 허공의 공허함이고 그는 마일리지를 여동생 부부가 전세계 일주를 할 수 있도록 나누어 줍니다.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 빙험. 영화의 처음과 똑같이 깔끔한 수트를 입고 멋진 가방을 들고 있지만 항공기 안내 전광판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광고속의 인물같던 처음과 달리 무표정하며 공허합니다.

  • IMDB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R 등급, 우리나라에서는 15세 등급, 일본에서는 G 등급, 스위스에서는 7세 이상 등급을 받았습니다. 나라마다 매우 다른 잣대를 가지고 심의하는 모양입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보았는데 한두번 약간의 민망한 순간(?!)을 제외하면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첫 부분에 짐을 싸고 출장을 준비하며 호텔과 공항에서 보여지는 빙험의 모습은 가방의 지퍼소리와 리드미컬한 편집에 힘입어 마치 광고 속 인물의 삶을 영위하는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 영화의 곳곳에 공중에서 바라본 각 도시의 모습이 보여지지만 마천루와 커다란 인터체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도시의 원경은 삶에 대한 책임감을 없이 허공에서 부유하며(up in the air) 살아가는 그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도 같습니다.
  • 실제로는 아무곳에도 가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내 마치 신혼여행을 다녀온 듯한 사진들을 가득 얻은 여동생 부부를 보며 빙험은 여행과 마일리지로 가독찬 그의 인생이 허상에 불과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자랑스럽게 하고 있었던 일은 화상 통화와 택배업으로 대체될 수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삶이었죠. 일,이차 산업을 다른 나라에 넘겨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 보고 난 다음 은근히 뒷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특히 마지막 그의 얼굴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군요.

지난 주말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은 극장에 약간의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보았던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마도 마지막 출연작(감독으로서 연출은 계속 하고 있슴)이 될것이라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든 할아버지 배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서받지 못한자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출연작을 보면 그때가 그래도 젊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이고 특별한 기교를 부리거나 볼거리로 주목을 끄는 것도 아니지만 상영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게되고 잔잔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는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진정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인생의 황혼기,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느낄텐데 독단에 빠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계속 꾸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존경할 수 있는 보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80인데도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 듯 하던데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서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 주시길...

마지막 엔딩에 흐르던 노래... 이스트우드의 쉰 목소리가 참 슬픕니다. OST를 사고 싶은 데 아직 외국에서도 발매되지 않은 듯. 아마존에서 MP3를 구매하려니 외국에는 팔지 않는다는군요.

UPDATE :
7digital.com 이란 영국 사이트에서 mp3 구매에 성공해서 다운로드 중입니다. 마침 paypal에 있는지도 몰랐던 2불 정도의 보너스가 있어서 그걸로 계산할수 있었네요.
로드(THE ROAD)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코맥 매카시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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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띄지에 적혀있는 "성서에 비견된 소설"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느껴져 기억속에 두고만 있던 소설. 얼마전 반지의 제왕 비고 모르텐슨이 주연을 맡아 영화로 제작중이라는 말을 듣고 오늘 오전 읽기 시작해 바로 다 읽었습니다. 처음 2-3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바로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더군요. 간만에 흡입력있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읽고 나서는 일종의 정서적 탈진 상태에서 낮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미국에서 11월말에 개봉한다는 영화도 무척 기대됩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았습니다. 배트맨, 조커 모두 현실 세계에 실제하는 것 같이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혼돈과 파괴가 목적인 범죄자 조커와 배트맨, 경찰, 검찰이 맞붙는 묵직한 드라마입니다. 군데군데 힘들게 찍었을 액션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액션장면만 기대하고 본다면 오히려 조금 심심할수도 있겠네요. 영화를 보고나서도 아직까지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혹시 서면 IMAX에 IMAX 필름으로 상영한다면 다시 한번 더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보았는데 생각보다 시각적으로 잔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조커의 잔인함과 어두움이 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는 천천히 이야기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함께 본 것에 대한 후회는 들지 않더군요.

다음은 영화를 보고 다서 든 정리되지 않은 여러가지 생각들과 사실들... 당연히 많은 줄거리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UnforgivenMillion Dollar Baby 2편의 영화를 통해 인생을 통찰하는 지혜를 가지면서도 때로는 단호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자세를 취할줄 아는 명감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가 감독한 2편의 영화 우리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가 올해 미국에서 개봉합니다. 거기다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미영화평론 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에 뽑혔다고 하는군요.

2편의 영화 모두 아직 감상하지 못했지만 공식 홈페이지 에서 본 예고편으로 이루어보건데 아마도 전쟁에 참가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죽음이 다가올때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아버지의 깃발이 아마도 전쟁의 정치적인 면은 다루었다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쟁의 직접적인 참상과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다루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아직 우리 아버지의 깃발도 개봉하지 못한채로 개봉 예정일을 넘겨버린 상태에서 영화 게시판의 공공연한 반일감정과 반딧불의 묘 가 많은 사람들에게 일본을 피해자로 그린 영화로 낙인찍혀 있는 상황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개봉하기는 더욱 힘들어 보입니다.

  • 일본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계속 독립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했을까요. 당시 구미의 여러 나라들은 식민지를 확장하는 제국주의에 빠져있던 때 입니다. 외세를 배척한다고는 했지만 국력은 워낙 약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쩌면 또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어버렸을지 모르지요.
  • 만일 일제 침탈기에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힘이 있었다면 과연 우리는 일개 반도국으로 머물며 다른 식민지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정말 떳떳하게 일본을 비판할 수 있으려면 앞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할것입니다. 넓은 만주를 식민지로 다스렸던 고조선을 자랑스럽게 가르치고 생각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생각입니다.

이제는 일본이건 한국이건 다른 나라를 침범해서 식민지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을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이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되겠죠. 개개인의 재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서 남에게 침략당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기르고 또 그 힘을 국가나 집단의 이익이라는 추상적이지만 소수 집단을 위한 단어에 휘두르지 않을 정도로 모두의 의식이 성숙해야 진정한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과거에 자신이 중요역할로 참여해서 이루어진 서부극의 허상을 집어낸 Unforgiven, 자신의 철학에 반하지만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감독했다는 Million Dollar Baby,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전쟁에 대해서 두편의 영화로 어떻게 표현해 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그때 그들의 상황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게 피해를 입힌 나라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라는 이유로 개봉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너무 배타적이거나 문화폭이 너무 좁은게 아닐까요. 꼭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요즘의 박스오피스 상황을 보면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앞으로 개봉하기 힘들것 같기는 합니다만…

오랫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저의 favorites라고 부르기에는 좀 뭣하지만 매우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1940년대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직후의 가혹한 현실과 한 소녀의 판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이 표현하는 전쟁의 가혹함이라는 것이 워낙 거침없이 날것으로 표현되어 웬만한 고어영화 뺨치게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요. 꼭 신체훼손의 정도를 떠나 악역으로 나오는 정부군의 장교가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또 전쟁의 이름 아래 태연하게 벌어지는 잔혹한 행위들이 충분히 일어났을 것 같고 또 다른 전쟁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 뭔가 한방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판타지라는 것이 암울한 현실에 기반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영화의 제작국은 멕시코, 스페인, 미국 3개국으로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은 영화입니다. 성인에게 들려주는 잔인하고 슬픈 판타지이므로 15세 등급이라고 아이들을 동반해서 본다거나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런것 보면 등급을 주는 사람들의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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